육아휴직 일기

신입 시절부터 육아휴직 전까지 시간 | 존경하는 선임들

경빈아범 2022. 12. 10. 22:33
728x90
SMALL

내 삶은 큰 노력없이 무난히 운 좋게 들어왔던 것 같다.

항상 적당히 효율적으로 하고 그 노력에 맞춘 최선의 결과에 만족하며 살았다.

 

그렇게 들어온 기업에서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입사 후 신입 3개월의 교육이 끝나고 배치받은 부서는 분위기가 너무 조용하고 차가웠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퇴사였다.

 

처음 들어왔을 때 그 팀은 지금 돌이켜보면 그 뛰어난 사람 1명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X직원이라고 칭하겠다. 업무분장을 보면 X가 여전히 그 팀의 기타 등등 잡무를 떠맡고 있었고

그 X에 딸린 부사수(?) 내 바로 위 선임은 X의 보조 업무를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해하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팀장은 깔끔한 성격이었는데, 완벽주의자였고, 부하직원이 뜻대로 안되면 성질을 굉장히 고약하게 부렸다.

모욕적인 언사(비속어는 쓰지 않더라),

자존감 깎는 언어 등 부하직원을 참 괴롭히듯이 갈궜다. (일은 또 잘한다고 인정받더라)

 

그래서 그랬을까? 일 잘하는 X는 여전히 막내 업무를 완전히 떼지 못한채 실무를 맡고 있었다. 여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나까지..

 

하지만 X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절대 화를 내지않았다.

차분한 말투로 알려줬고, 회사생활에 꼭 필요한 태도까지 조용조용히 알려줬다. 아마 지금 내 회사생활 모습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날 회식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X의 퇴사계획을 처음 알았다.

 

X는 진짜 술을 못마셨고 소주 한잔에 시뻘건 성냥이 되었다. X는 X만의 방법이 있었는데, 회식중 술 취하면 알아서 회식장소 주변을 산책하더라 것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빠져나가서 없어진 줄도 몰랐다. 나도 X가 나가는 것 보고 따라나갔다.

 

쉬고 있는 X를 발견해서 나는 저 때문에 “고생많으시죠,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했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X가 술에 취해서 “A씨(나) 저는 처음 이 회사 들어온 후 분위기 보고 바로 퇴사하려고 했는데,

그냥 3년만 열심히 일해보자, 아무생각하지 말자 다짐을 하고 일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모르는게 있을 수 있잖아요. 근데 미친 듯이 일해서 인정받고 나니,

더 회사를 퇴사하고 싶어졌습니다. 이 회사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요”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X는 1년 정도 뒤에 퇴사했다. 정말로.

X가 퇴사를 직접 회사에 통지할 때 쯤, 나는 결혼하고 아이가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내가 그래도 믿고 의지하던 X는 나의 휴가기간에 떠났고, 내 선임은 다른부서 발령받았다.

 

나는 그때가 정말 힘들었다. 가정에서도 이제 갓 태어난 애기가 있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잠도 못자고, 진짜.. 와 아내가 고생하는 모습도 보면 너무 미안했다.. 내가 도와줘야하는데 어떻게 도와줄지도 모르겠고..

 

근데 회사에서는 더 답답했다. 업무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그 위에 차장한테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시키는 것만 하라고!!!” 짜증을 엄청냈다. 아 또 시키는 것만 하면 또 지랄을.. 아주.. 솔직히 그냥 제대로 된 방법만 바로 알려주면 3시간 걸릴 일 1시간에 끝나는데 다들 X같은.. XXX.

 

잠은 못자지.. 회사에서는 업무만 늘어나지.. 밤 12시 퇴근하는 일도 잦아지고, 어느 순간 갓난 애기한테 짜증내는 나를 발견하면서 육아휴직 결심을 하게됐다.

 

이때가 2018년 경인데 우리 회사는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육아휴직자는 거의 없었다. 찾기 어려웠다. 근데 갓 들어온 신입에 가까운 직원이 쓴다고??? 솔직히 업무배제, 각종 뒷말 등을 각오했다. 

 

 내가 무너지는 것보단 그냥 이직하고 말지 심정으로 회사에 얘기했고

다행히 받아들여졌다.(법으로 못 막더라 다행.. / **아 복직후에 뒤에서 엄청 까내리는 사람은 있었다 이건 나중에 적겠다)

 

그렇게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추가적으로 생각나서 적어본다. 

 

신입 때부터 육아휴직 전까지 들었던 말 들 중 기억에 남은 말들은..

1. 밥 맛없다 메뉴 저거 고르지마라. (신입때 부서는 30명 가까운 직원들이 한 개의 식당을 정해서 매번 점심식사를 했다. 식당을 정하는 것은 신입 몫이었는데, 식당 맛없다고 징징 거리면서 욕설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2. 내가 시켰으면 밤을 새서라도 일을 해야지(XXX, 그럴꺼면 내가 공기업을 왜 갔겠니)

3. 갑자기 식당 예약해서 메뉴 시켜놓으라고 지시, 자기네들 가면 딱 먹게. 근데 그게 11시 10분, 30명 가까운 사람을 갑자기 메뉴 받고 식당 잡고 전화해야함. 못하니까 개성질 성질

4. 정말 별것도 아닌 보고서에 숫자 하나 틀렸다고 프린터해와서 얼굴 앞에 흔들면서 인격모독.

5. 캐비넷 열쇠 고장 났다고 캐비넷 발로차면서 인격모독. 등등이네 이 XX. 공기업은 다 민영화 해야한다.

 

죄송합니다 급발진해서... 그럼 다음편에서.. 

 

 

728x90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