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 공부를 하면서
채권의 소멸시효를 다루다가 문득 다섯 살 전후의 기억이 생각나서 글을 적는다.
나는 지금 부산에서 20년 이상을 보냈지만
난 어렸을 때 대전에 살았었다.
이름도 참 어색하다. 대전
내 인생은 외가 친척들 덕분에 그때 부모님과 함께 절벽으로 떨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어머니의 언니 즉 나에겐 이모가
어머니한테 찾아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사정했고
"돈 안 빌려주면 난 여기서 죽는다"라는 등의 말을 했다.
어머니는 돈보다는 카드로 필요한 걸 써라고 줬고
그 이모는
카드를 가지고 카드 한도까지 다 쓰고 심지어 카드 대출까지 끌어다 쓰고 잠적했다.
20년도 넘은 일이니까
채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었고 어찌할 수 있겠나..
그때 나와 어머니는
용달하나에 이삿짐을 싣고 부산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부산으로 내려온 건 어머니 친정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왜냐면 카드 빚 다 갚고 나니 수중에 5백만 원인가 3백만 원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배 타고 있었고 저 멀리 태평양 어디에 떠다니고 계셨다.
어머니는 자신의 어머니 나에겐 외할머니에게 신세를 질 수밖에 없어
부산으로 내려왔고
내려오는 용달차에서 나는 전후 사정을 모른 채
그저 어머니가 주는 오징어 한쪽 다리를 쭙쭙 빨면서
'언제 도착하지 지루하다' 생각했다.
부산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어머니가 눈치 보는 게 내게 느껴졌고 자연스레
나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눈치를 봤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왼손잡이였는데
왼손 쓰다가
외할머니한테
"왼손 쓰면 장애인 새끼"라는 말을 들으면서 손을 세게 맞았다.
낮은 탁자에서 양반다리로 공부하던 도중이었는데..
어린애한테 장애인 새끼라니 지금도 외갓집은 상종하지 않지만
정말 싫다.
이런 비슷한 일들이 몇 번 일어나고
결국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갈 곳 없는
우리 가족을 내쫓았다. 왜 내쫓았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겨울에..
정말 징그러운 사람들..
나와 어머니는 겨울에 용호동 단칸방으로 들어갔다.
수중에 있는 돈도 거의 없고
아껴 써야 했기에
단칸방으로 들어갔는데
구조는 단순했다.
주방 | 방 2개다. 이상한 점 발견하셨는지?
화장실이 공용이다. 심지어 화장실도 엄청 좁았다.
샤워시설도 없다.
주방에 빨간 대야? 빨간 통! 을 갖다 놓고 물 데워서 씻는 방법뿐 이었고
화장실은 갈 때마다 집 밖을 나가서 가야 했다.
화장실도 좁고 어두워서 나는 갈 때마다 "엄마 같이 가" 말해야만 했다.
어머니도 스트레스가 컸다.
참고로 거긴 우리 집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많은 가구들이 하나의 화장실을 썼고 한 개 대문을 공유했으며 통로도 1개라 우리 집 앞을 지나다니는 그림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랬기에 어머니는 한 여름에도 문을 열어 놓지 못하고 닫고 살아야 했다.
아마 그때 나에 대한 집착이 커졌겠지..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아버지가 배에서 내려서 휴가 기간을 가지셨고
내가 기억나는 건
불 꺼진 방에 스탠드 켜고 공부하는 아버지 모습이었다.
씁쓸하고도 무거운 책임감이었겠지..
이때 이모네 가족은 잘 살았을까
나와 내 부모님은 지옥 속에 떨어졌는데 .. 자기네들은 시시덕 거리고 있었을까
아 이모부는 횡령이었다. 횡령으로 감옥 갔었다고 했었나. 참나..
내가 기억나는 용호동 시절은
내가 뽑기 했다고 회초리가 부러지도록 맞았던 기억과
어머니가 어묵 하나를 비싸서 못 먹던 기억이 있었다.
삼백 원이었나.. 백원이었나
그때 뽑기를 몰래 했었고 당연히 들통이 났다. 방 1개에 같이 사니까.
그러고는 뽑기 했다고 엄청 회초리로 맞았다. 아마 거짓말도 했겠지.
그러고는 서러워서 펑펑 울었다.
나는 왜 다른 애들은 마음껏 하는 뽑기 하나를 못하나.
.. 휴
그러다가
길가 어묵 파는 노점에서 어묵 하나에 벌벌 떠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그 뽑기 돈마저 아껴 써야 한다는 걸
아마 스스로 느꼈던 거 같다.
여하튼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초등학교 입학할 때쯤 주공 아파트로 대출받아서 이사 가게 되었다.
대출은 아버지 회사에서 대출해 준 것이었고
다행히 집값이 계속해서 올라
주공에서 더 넓은 평수로 거기서 다른 집으로 계속해서 키워갈 수 있었다.
뭐 지금은 무난히 사는 중산층인 거 같다. 나도 가족을 이뤘고.
근데
그렇게 지옥으로 떨어뜨렸던 이모네는
원룸 건물주가 되었다고 하던가?..
그리고 얼마 전에
옛날에 빌린 돈이라면서 30년 전 원금을 그대로 갚았다고 한다. "원금만"
30년 동안 물가 상승이 얼만데..
원금만. 갚았다고 한다.
외제차 몰면서 건물주가 되신 분께서.
중간중간에 외갓집 덕분에 스트레스 받은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중간에 이야기들을 길게 풀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풀겠지만,
현재는 여하튼 나는 외갓집에 일절 연락하지 않는다.
그 부정적인 관계를 내 아내와 내 아들에게는 절대 전해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채무 소멸시효 완성 보다가 생각나서 적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 글도 좀 깔끔하게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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